서론: 코로나 이후 보편화된 재택근무의 현실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팬데믹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재택근무는 더 이상 일부 기업의 시범 운영이 아니라, 많은 직장에서 적극적으로 채택하는 근무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재택근무는 단순히 ‘집에서 일한다’는 개념을 넘어, 근로계약·근로시간·복무관리·산업재해보상 등 다양한 법적 쟁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업무 효율과 관리 문제, 근로자 입장에서는 근로조건과 권리 보장이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관련 규정을 중심으로 재택근무의 개념, 법적 근거, 근로시간 관리 및 비용 지원 문제까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재택근무의 개념과 유형
(1) 재택근무의 개념
재택근무란 근로자가 회사가 지정한 사업장 외부, 주로 자신의 자택에서 정보통신기기(PC, 인터넷, 화상회의 시스템 등)를 활용하여 근로계약상 의무를 이행하는 근무 형태를 말합니다.
법률상 ‘재택근무’라는 용어가 직접 명시된 규정은 없지만, 「근로기준법」 제17조(근로조건의 명시)와 제50조 이하(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규정) 등에 따라 근무 장소와 시간의 설정은 반드시 근로계약의 핵심 사항으로 취급됩니다. 따라서 재택근무는 단순한 ‘재량적 근무 방식’이 아니라, 근로계약상의 권리·의무 관계를 수반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2) 재택근무의 필요성과 확산 배경
- 코로나19 팬데믹: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재택근무가 급속히 확산됨.
- ICT 발달: 클라우드 서비스, 협업 툴, 원격 접속 프로그램 등으로 인해 회사 밖에서도 거의 동일한 수준의 업무 수행이 가능해짐.
- 근로자 요구 변화: 워라밸(Work-Life Balance), 돌봄·육아와 병행, 출퇴근 시간 단축 등으로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근로자가 늘어남.
- 기업 측 장점: 사무실 유지 비용 절감, 지역 간 인재 활용 확대 등 기업 입장에서도 효율성 제고 가능.
(3) 재택근무의 유형
재택근무는 운영 방식과 적용 범위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습니다.
① 상시형 재택근무
- 지속적이고 정기적으로 근로자가 자택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
- 예: IT개발자, 데이터 분석가, 온라인 상담원 등 물리적 출근이 필요하지 않은 직무
- 특징: 회사는 전산망 접속, 보안 체계, 성과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함
② 수시형 재택근무
- 필요 시 일정 기간 동안만 허용하는 형태
- 예: 감염병 확산, 육아·간호 사유, 긴급 상황 대응
- 특징: 근무 장소가 유연하게 변동되며, 통상 출근과 병행됨
③ 혼합형(하이브리드) 근무제
- 최근 가장 확산된 방식으로, 일정 요일은 사무실 근무, 나머지는 재택근무로 병행
- 장점: 업무 효율과 근로자 만족도 모두 고려 가능
- 예: 주 2일 출근 + 주 3일 재택
④ 원격근무와의 구분
- ‘재택근무’는 자택을 중심으로 하지만, 원격근무(Remote Work)는 카페·공유오피스 등 자택 이외의 장소까지 포괄합니다.
- 법적 성격은 유사하나, 보안 및 근로시간 관리 측면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2. 재택근무 도입 절차와 동의 요건
(1) 도입의 기본 원칙
재택근무는 「근로기준법」에 별도의 장(章)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근로조건의 명시(제17조) 및 취업규칙 변경 절차(제94조) 등에 의해 그 법적 근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즉, 재택근무는 단순한 근무 방식의 변경이 아니라, 근로계약상 중요한 근로조건(근무 장소와 시간)의 변경에 해당하므로, 근로자 동의 또는 취업규칙·단체협약을 통한 제도적 근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2) 도입 절차
재택근무 제도를 기업에서 새롭게 도입하려면 다음과 같은 단계적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
① 사전 검토
-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무와 불가능한 직무를 분류
- 정보보안, 인사관리, 근로시간 측정 방법에 대한 내부 검토
② 내부 규정 마련
- 재택근무 세부 규정을 취업규칙 또는 단체협약에 반영
- 주요 내용: 대상 직무, 신청·승인 절차, 근로시간 관리 방식, 비용 부담, 보안 관리
③ 노사 협의
- 근로자대표 또는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협의를 거쳐 동의를 받아야 함
- 단체협약에 포함하면 노사 모두에게 강제력이 생김
④ 근로자 개별 동의
-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명문 규정이 없는 경우, 개별 근로자와 합의해야 함
- 이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 따른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근로자 과반수 동의 요건과도 연결됨
⑤ 시행 공지 및 교육
- 제도 도입 후 전 근로자에게 공지
- 재택근무자의 근로시간 입력 방법, 보안 규정, 보고 체계 등을 사전 교육
(3) 근로자 동의 요건
재택근무 도입과 관련하여 근로자 동의가 필요한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① 취업규칙에 근거가 있는 경우
- 취업규칙에 재택근무 근거 규정이 이미 포함되어 있다면, 개별 동의 없이 회사가 제도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 다만, 재택근무 전환 시 근무 장소가 ‘자택’으로 변경되는 만큼, 개별 근로자의 생활환경 등을 고려하여 사전 협의가 필요합니다.
②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근거가 없는 경우
- 원칙적으로 개별 근로자 동의가 있어야 하며, 일방적 강제는 불가능합니다.
- 동의 방식은 서면 합의가 바람직하며, 단순 구두 동의로는 추후 분쟁 소지가 큽니다.
(4) 불가피한 경우와 한계
- 회사가 경영상 필요나 감염병 확산 등 불가피한 이유로 전사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경우, 일정 부분 강제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 그러나 이 경우에도 **근로기준법 제94조(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금지)**와 근로조건의 일방적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근로자에게 불리한 조건 변경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예컨대, 재택근무를 이유로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위법입니다.
3. 재택근무와 근로시간 산정
재택근무에서도 근로시간 관리가 중요한 쟁점입니다.
- 근로시간 확인 가능 시: 정보통신기기를 통해 업무 시작·종료, 휴게시간을 관리할 수 있다면 통상적인 근로시간 제도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이 경우 연장·야간근로가 발생하면 가산수당 지급 의무가 있습니다.
- 근로시간 확인이 어려운 경우: 「근로기준법」 제58조의 ‘사업장 밖 근로시간제’를 적용하여,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서에 정한 시간 또는 업무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간주합니다. 단, 간주된 시간에 연장·야간근로가 포함되면 그에 대한 가산수당 지급도 필요합니다.
4. 복무관리와 휴가·출장 처리
- 복무관리: 근로시간 중 무단 외출이나 사적 용무는 취업규칙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GPS 추적이나 CCTV 설치 등 근로자 동의 없는 위치 추적은 불가능합니다.
- 출장: 회사는 재택근무자에게도 출장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일반 출장 절차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 휴가 사용: 재택근무 중이라도 휴가는 통상 절차와 동일하게 신청·사용해야 하며, 휴가 기간에는 업무 지시를 할 수 없습니다.
5. 산업재해보상과 비용 처리 문제
- 산재 적용: 재택근무 중 발생한 사고라도 업무 수행과 관련성이 입증되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로 인정됩니다. 반대로 사적 행위 중 발생한 사고는 제외됩니다.
- 비용 지원: 원칙적으로 재택근무와 관련된 통신비·소모품 비용은 회사가 부담합니다. 단, 실제 지출이 있는 경우에만 지급하는 항목이라면 재택근무자에게 반드시 지급할 의무는 없습니다.
6. 자주 묻는 질문(FAQ)
Q1. 재택근무란 무엇인가요?
A1. 재택근무란 근로자가 회사가 아닌 자신의 집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근무 형태를 말합니다. 크게 항상 집에서 근무하는 '상시형 재택근무'와 필요에 따라 가끔 집에서 근무하는 '수시형 재택근무'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에서는 재택근무에 대해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반 근로자와 동일한 법적 보호를 받습니다.
Q2. 회사가 재택근무를 도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2. 근무 장소는 근로계약 시 명시해야 할 중요한 근로조건입니다. 따라서 재택근무 도입은 원칙적으로 근로계약상의 근무 장소를 변경하는 것이므로, 다음과 같은 절차를 따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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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이 있는 경우: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서에 재택근무 실시에 관한 규정이 있다면 그 규정에 따라 실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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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이 없는 경우: 원칙적으로 개별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다만, 업무상 불가피성이 인정될 경우에는 근로자와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시행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Q3. 재택근무 시 근로시간은 어떻게 산정하나요? 연장근무수당도 받을 수 있나요?
A3. 근로시간 산정 방식은 업무 관리 가능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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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 경우: 정보통신기기를 통해 상시 통신이 가능하여 회사가 업무 시작 및 종료 시간, 휴게시간 등을 관리할 수 있다면, 통상적인 근로시간제를 적용받습니다. 이 경우, 회사의 지시에 따라 연장·야간근로를 했다면 당연히 가산수당을 지급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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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 근로자가 사업장 밖에서 근무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사업장 밖 근로시간제'**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소정근로시간이나 업무 수행에 통상적으로 필요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Q4. '사업장 밖 근로시간제'가 적용되면 연장·야간근로수당은 못 받나요?
A4. 아닙니다, 받을 수 있습니다. '사업장 밖 근로시간제'에 따라 간주된 근로시간에 연장·야간근로가 포함되어 있다면 해당 시간에 대한 가산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또한, 회사의 특별한 지시나 승인으로 정해진 근로시간을 초과하여 연장·야간근로를 했다면 이에 대한 가산수당도 별도로 지급받아야 합니다.



Q5. 회사가 재택근무 중인 직원을 감시해도 되나요? (CCTV, GPS 등)
A5. 회사는 복무규정 위반(예: 근무 장소 무단이탈, 사적 용무)을 관리할 수는 있지만 , 근태 관리 목적으로 근로자의 동의 없이 GPS나 CCTV 등을 통해 위치를 추적하는 것은 위법입니다. 근로자의 사생활을 보호하면서 합리적인 방식으로 복무관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Q6. 재택근무 중에도 출장을 갈 수 있나요?
A6. 예, 가능합니다. 회사는 필요한 경우 재택근무를 하는 근로자에게도 출장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출장 시에는 통상적인 출장 처리 절차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Q7. 재택근무 중 휴가는 어떻게 사용하나요?
A7. 재택근무 기간 중에도 휴가 사용은 통상적인 절차와 동일합니다. 따라서 휴가 기간에는 재택근무자에게 근로 제공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Q8. 재택근무 중 집에서 다치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나요?
A8. 예,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재택근무자에게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다만, 업무와 무관한 사적인 행위로 인해 발생한 부상이나 질병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재해인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Q9. 재택근무에 필요한 통신비나 비품 등은 누가 부담해야 하나요?
A9. 재택근무로 인해 발생하는 통신비, 소모성 비품 등에 대한 비용은
회사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지원 방식이나 범위를 정할 수 있습니다.
Q10. 재택근무를 하면 식비나 교통비는 받을 수 없나요?
A10. 식비나 교통비의 지급 의무는 그 성격에 따라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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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변상적 성격: 실제 출근을 전제로 지출되는 비용을 보전해주는 성격이라면, 재택근무로 해당 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지급 의무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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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적·복리후생적 성격: 실제 지출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해 온 임금의 성격을 띤다면, 재택근무 여부와 상관없이 동일하게 지급해야 합니다.
결론: 재택근무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과제
재택근무는 단순히 근무 장소의 변화가 아니라, 근로시간 관리·복무관리·산재보상·비용 지원 등 다차원적인 문제를 동반하는 제도입니다. 따라서 기업은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에 재택근무 관련 규정을 명확히 두고, 근로자는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재택근무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법적 기준과 실무적 관리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 필수적입니다.